드라마 <위쳐> 의 첫 시즌은 파편화된 사건 전개로 혼란스러웠지만, 한 가지 좋았던 것은 위쳐의 세계 속 역사와 규모를 통해, 그 세계가 품고 있는 다른 시대나 장소, 주연과의 연관성과는 상관없이 조명할 수 있는 인물들을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위쳐> 시리즈의 첫번째 스핀오프 영화로, 애니메이션인 <위쳐: 늑대의 악몽>은 드라마 시리즈의 넓은 세계를 무대 삼는다. 그리고 이전 시즌에서 보지 못했던 캐릭터 베세미어 (테오 제임스 분)의 이야기를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이 프랜차이즈의 팬들은 베세미어는 드라마에서 헨리 카벨이 분한 주인공, 게롤트의 스승이란 걸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늑대의 악몽>은 베시미어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이며, 그 면에 있어서 대부분 성공했다. <위쳐> 시리즈에 애초에 관심이 없었던 넷플릭스 구독자들을 몰라도 위쳐의 ‘대륙’에 관심을 가진 시청자들이라면 바로 관심을 사기에 충분한 좋은 영화이다.

실사 드라마의 각본가로도 참여한 보우 데마요가 이 작품의 각본을 맡았으며, 베세미어의 이야기도 게롤트의 전형적인 괴물 사냥이야기의 큰 틀을 따른다. 귀족(메리 맥도넬 분)과 마녀(라라 펄버 분)이 케드웬의 궁정에서 위쳐 자체를 없애 버려야 한다는 논쟁을 펼치는 동안, 베세미어는 괴물 사냥꾼으로서 왕국의 국경 숲에 도사리는 끔찍한 괴물을 쫓는 임무를 맡는다.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그 괴물의 기원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면서 베세미어가 알던 세계에서 일어나던 끔찍한 전말이 밝혀진다.

주인공인 베세미어는 완벽하게 “호감형 건달”과에 속한다. 성우 테오의 호연으로 목소리에 따스함이 묻어나 능글맞은 웃음을 언제나 짓지만 조소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베세미어는 괴물들을 사냥하는 동안에도 말을 멈추질 않고, 도움을 구하는 귀여운 아이들을 싫어하며, 보수를 취하는 것만큼 술,사치스 음식, 그리고 따끈한 목욕에 돈을 허비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 많은 것처럼, <늑대의 악몽>은 바로 베세미어의 어릴 적 이야기를 기나긴 플래시백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베세미어가 어릴 적에 하인이었으며, 우연히 데글란 (그래햄 맥타비시 분)이란 위쳐와 만나 위쳐가 되고자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이 세계에서 위쳐가 되는 것은 위험하고 끔찍한 것이기에 억지로 위쳐가 되는 일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베세미어의 동기와 바라던 위쳐가 되기 위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베세미어가 단순한 호감형 캐릭터가 아닌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고, 이는 이야기의 현재 시간대에 일어나는 깊은 감정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이 된다. (<늑대의 악몽>은 이해하고자 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사회의 편협성과 자기 보전권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시도를 해지만, 실제 세계에서의 가치에 대한 분석보다는 캐릭터 심층 묘사에 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단점은 이 장면을 초반부에서 너무 길게 늘어지다가, 플롯이 제 속도를 내는 순간 끊기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우 데이빗 에르기오 주니어의 연기가 서글서글하고 멋진 성인의 궁핍한 어린 시절을 소화해내지 못해, 어린 베세미어가 굳세기보다는 건방져 보인다는 인상을 준다. 회상 장면도 나름의 매력은 있다 – 밝은 초록색으로 빛나는 늪지대에서의 훈련 장면은 결말부의 최종 전투의 잔혹한 장면보다 더 소름 끼쳤다. 그러나 과거 얘기는 그쯤하고 빨리 현재로 돌아가라는 성급함을 가라앉히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81분이란 런닝타임을 생각하면 <늑대의 악몽>은 그리 긴 것도 아니다. 지루한 초반부는 숨 막힐 정도로 달리는 결말부의 피 튀기는 스릴, 비극적인 반전과 짧은 로맨스를 위해서라면 감내하기 충분하다. 한광일 감독과 스튜디오 미르는 <늑대의 악몽>을 미르만의 익숙한 스타일로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었고, 주인공을 멋지면서도 효과적이게 조명했다. (스튜디오 미르는 <아바타: 코라의 전설> 외 여러 히트작을 만든 스튜디오다.) 액션 씬은 애니메이션에서 가능한 자유로움을 활용했다. 그러니 이 영화에서는 많은 심리극, 엄청난 양의 피을 기대하고 “현실성”은 많이 제쳐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새빨간 노을을 배경으로 하는 전투 장면과 종종 진정으로 아름다운 장면도 기대할 만하다.

잘 나온 독자적인 서사로써, <늑대의 악몽>은 <위쳐> 시리즈의 다음 시즌을 대체하진 못하더라도, 오히려 그런 시도를 하려 하지 않아서 더욱 좋은 작품이다. 물론, 주의 깊게 보는 시청자들이라면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잇는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베세미어의 과거 이야기는 게롤트의 과거 이야기의 실마리를 주고, 이 애니메이션에서 스치듯 나온 이름 중 몇은 나중에 드라마에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게롤트(와 그 외 시리즈의 주연)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 덕분에 <늑대의 악몽>은 한 세계를 조명하는 것을 단편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크레딧

배급사: 넷플릭스

프로덕션 사: 스튜디오 미르

성우진: Theo James, Lara Pulver, Graham McTavish, Mary McDonnel

감독: 한광일

각본: Beau DeMayo, Andrzej Sapkowski 의 소설 <위쳐> 원작

프로듀서: Beau DeMayo, Lauren Schmidt Hissrich, 한광일

공동 EP: 한광일

음악: Brian D'Oliveira

캐스팅 디렉터: Meredith Lay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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